애들센스


어느 운수 좋은 날 삽질의 추억

어느 날 데스크탑(삼성 DM-C410)이 들어왔는 데, 십여년 전 많이 보던 디자인이다. 부팅해보니 당연히 HDD이다. OS는 윈도우7(32비트) 그리고 램(RAM)은 충격적인 2GB! 나의 구린 스마트폰도 4GB인데, 이게 현실인가?

그래도 업그레이드를 하면 미운 오리새끼가 백조로 거듭나지 않을 까 싶어, 과감하게 8GB 메모리를 2개=16GB, 하드디스크도 삼성EVO250G SSD를 바꾸고 윈도10으로 업그레이드를 시도하였다. 도합 비용이 15만원 들었는데, 이럴 바엔 중고컴을 하나 사는 게 낫겠다는 현타가 온다. 그나저나 상콤한 윈도 10 설치후 시스템 정보를 보니 메모리가 8GB로 표시된다.

헐~ 머리속을 확 지나가는 짐작은 '아하 이 넘의 스펙이 8GB이구나~'였다. 예전 같으면 삼성전자 홈페이지 가서 모델명 검색해가면 스펙을 확인했지만, 그냥 편하게 삼성전자 서비스로 문의를 해보았다. 엔지니어도 2011년이라니까 그 당시에 최고 한도가 8GB일 거란다. 그래도 확인해보라고 했더니 역시 8GB가 한계였다.

그러면 뱅크를 모두 채울 필요는 없으니 하나는 빼두자. 그래서 다시 뱅크에서 메모리 하나 빼고 부팅. 그러고 다시 확인해보니 4GB로 표시된다. '아하~ 뱅크별 메모리 한계가 4GB 이구나' 결국 4GB씩 도합 8GB를 인질로 잡혀있는 셈이다. 16GB를 사두고 8GB만 사용하자니 현진건 단편 '운수 좋은 날'이 떠오른다.
배경은 1920년대의 서울이다. 어느 비오는 날, 인력거꾼 김첨지는 그날따라 유독 가지 말라고 말리는 병든 아내를 두고 돈을 벌러 나온다. 그런데 그날따라 유독 손님이 많아서 김첨지는 많은 돈을 벌었다. 하지만 집에 가까이 갈수록 어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느껴져 불길해 하던 중, 마침 친한 친구 치삼이를 만나 그와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도 아내가 그리도 먹고 싶다던 설렁탕을 사서 집에 돌아갔는데....설마설마하던 불안감을 계속해서 느끼던 김첨지는 결국 아내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는 그 시신을 붙들고 절규하며 "왜 설렁탕을 사왔는데 먹지를 못하냐"고 울부짖으며 절망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출처: 운수 좋은 날)


'왜 16GB를 사왔는데 먹지를 못하냐' 나의 운수 좋은 날은 이렇게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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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우왕 2019/11/01 10:51 # 삭제 답글

    그래도 반은 먹었는데....
  • 타임버드 2019/11/01 21:02 #

    언젠가 16기가 정도는 먹어주는 구닥다리 데스크탑이 수중에 들어올 겠죠. 그때까지 존버입니다.
  • 타마 2019/11/01 11:28 # 답글

    옛날 친구들을 다시 쓰려고 할때면, 호환성 때문에 기절하는 경우가 많지요. 허허...
    왜 램을 먹지를 못하니 ㅠㅜ
  • 타임버드 2019/11/01 21:03 #

    램으로 사치 좀 부릴려고 했더니, 강제 절약행이네요. 근데 이미 돈은 나갔고...
  • prohibere 2019/11/03 13:33 # 답글

    그래도 부팅은 되는군요. 더 옛날껀 그냥 배 째던데..
  • 타임버드 2019/11/03 13:39 #

    게임을 안하니 최신 컴은 아니어도 되는 상황입니다. 글 쓰고, 여기에 필요한 프로그램 돌리는 정도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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